“요즘 재벌들은 정략결혼보다는 자연스러운 만남을 선호한다면서요?
운명적인 사랑 같은 뭐 그런. 본인도 연출인지 모르는 뭐 그런.
저도 재벌을 운명적인 것처럼 만나 결혼하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지인씨.”

“저는 커플매니저가 아니라 기업컨설턴트입니다만...”

“다 알고 왔어요. 지인이시잖아요. 연예인과 재벌 자녀들을 몰래 연결해주는 지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발연기 배우인 수지는 찍어놓은 남자가 있었다.
진 뷰티의 상속남이자 최상위포식자 진 재민.

“그는...미친놈입니다.”

단단한 검은 바위같은 눈을 가진 남자 진 재민은 전국구 미친놈이다.
얼마 전 전처를 때리는 동영상이 sns에 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지는 알고 있었다.
이혼하기 위해 가짜 쇼를 펼쳤다는 것을.

존조는 수지에게 재민을 유혹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그 남자의 가면을 들쳐서 속살을 만져주세요.”

불면증을 앓고 있는 재민은 밤이면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청담동 포장마차에 홀로 앉아 먼 곳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에드워드 호퍼의 철길의 석양을 떠올리게 했다.

수지는 다음 날 sns영상 하나로 전국구 미친년으로 등극했다. 마치 진 재민처럼.
새벽에 포장마차로 가서 그가 앉아있던 자리에 앉았다.
둘은 말없이 술을 마셨다.
어느 날 취객이 그녀를 위협했고 재민이 쓰러지는 그녀를 도와주었다.
기절했다가 깨어난 수지는 재민의 집에 와 있음을 깨달았다.
재민은 수지에게 따뜻한 스프를 내밀었다.

“누가 시켰지? 내 가면을 벗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