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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현대로맨스] 은밀한 페르소나_플제 원고 투고합니다. > 원고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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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 현대로맨스] 은밀한 페르소나_플제 원고 투고합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정지혜 작성일2021-08-06 조회273회 댓글0건

첨부파일

본문

연락처 010-9000-7208 이메일 b807jay@gmail.com
제목 [성인 현대로맨스] 은밀한 페르소나_플제 원고 투고합니다.
<작가 정보 및 시놉시스>






 













작가 정보
이름 /
필명
정지혜/플제
이메일
b807jay@gmail.com
전화번호
010-9000-7208
이력
첫작 <당신에게만 반응하는> 북팔과 계약 / 북팔에서 유료 연재 완결
작품 정보
작품명
은밀한 페르소나
장르
현대로맨스
이용
등급
19세 이상
키워드
#친구->연인#몸정->맘정#짝사랑남#직진남#동정남#쾌활발랄녀#더티토크#계약연애#동거
소개글
29살 다은은 9년 사귄 남자친구 영준에게 청천벽력 같은 고백을 듣는다. 그가 실수로 원나잇 스탠드를 했다는 것. 그렇게 허무하게 영준과 헤어진 다은은 앞으로의 인생은 즐기며 살자고 다짐한다.

클럽에서 만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려 호텔 방 앞까지 갔는데 갑자기 나타난 12년 지기 친구 설주원. 급기야 상대남을 보내버린다. 다은을 꾸짖기 시작한다. 네가 무슨 상관이냐고 화를 내는 다은에게 주원이 말한다.

“나랑 자자고. 들었으면서 뭘 못 들은 척 하냐.”
“그러니까…. 왜? 너랑 내가 왜?”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호텔 방이 울리도록, 다은이 크게 웃었다. 어른들의 섹스에는 단계라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키스하고 그다음 잠자리를 하는 것. 그것이 다은이 생각하는 단계였다. 오늘같이 하룻밤 섹스를 할 상대에겐 단계라는 게 필요 없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에 본 적이 없는, 앞으로도 볼일이 없는 상대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랑 왜 그러고 싶은데?”
“나도 마침 섹스 파트너가 필요하거든. 서로 니즈가 맞는 거 아닌가. 보니까 너도 발정이 제대로 난 것 같고.”
“섹스 파트너? 바, 발정...?하아.... 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내가 그 섹스 파트너인지 원나잇인지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기획의도
오랜 친구가 애인이 되어가는 과정을 발랄하고 긴장감 있게 그려보고자 본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
주요
등장인물
주연
모다은
29세
약사
9년 사귄 남자친구의 배신으로 이별한 뒤 막살자고 결심한다. 단순하고 사랑스러운 성격이다.
설주원
29세
에이원의 대표
다은을 오랫동안 짝사랑해왔다. 근 10년 만에 솔로가 된 다은을 누구에게도 뺏길 수 없어 그녀에게 집착한다.
이로운
27세
다은의
약사 동료
클럽에서 만난 다은에게 첫눈에 반했다. 어린 나이답지 않게 차분하고 점잖은 편이다.
조연
최솔빈
29세
다은의
대학 동창
주원의 맞선 상대. 4선 의원이자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인 최성태의 딸이다.
신정애
54세
주원의 모
갤러리 대표
자신의 남편 연길을 구원자라고 생각하고 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보다 연길의 눈치를 보기에 바쁘다.
김영옥
54세
다은의 모
가정주부
정애와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한 사이이다.
표영준
30세
다은의 전 애인
전자공학 박사
9년 사귄 다은의 전 남자친구. 순하고 조용한 성정인 줄로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 능구렁이였다.
황소진
29세
다은의 친구
인생을 즐기는 것이 최대 목표이다.
김수혁
29세
고등 동창
회계사
오지랖이 심하고 눈치가 없다.
설연길
57세
주원의 부
호텔 대표
주원을 친 자식처럼 생각해보려고 했지만 잘 안 되는 사람. 인생의 제일 큰 목표는 자신의 야욕을 이루는 것이다.
모순규
56세
다은의 부
중소 건설회사 사장
다은에게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해, 그녀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시놉시스

다은은 9년 사귄 남자친구의 원나잇 스탠드 고백에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하게 된다. 그 후 한 남자만 보며 흘려보냈던 과거의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는 문란하게 살기로 다짐한다. 클럽에서 만난 남자, 로운과 원나잇 스탠드를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12년 지기 친구인 설주원이 나타난다. 그러곤 다은에게 다짜고짜 화를 내며, 자신이 하룻밤 잠자리 상대가 되어주겠다고 말하는데... 주원의 꾀임에 얼렁뚱땅 넘어간 다은은 주원과 잠자리를 하게 된다. 다음날 친구와 섹스를 했다는 사실에 자책하며, 다은은 주원을 남겨두고 몰래 도망가 버린다.

다은은 새로운 임대인이 약국 보증금을 오천만 원이나 올려달라고 해 고민에 빠진다. 현금이 부족했던 다은은 하는 수 없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에서 나오기로 한다. 본가에 들어가 살려고 하는 다은을 설득해 자신의 집에서 살라고 제안하는 주원.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탓에 다은은 주원의 집으로 들어가 살기로 한다. 주원은 다은에게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다은의 마음을 돌려 연인이 되고 싶어 한다. 이에 반해 다은은 별 생각이 없다.

다은의 약국은 점점 성장세를 타고, 찾는 손님도 많아져 페이 약사를 뽑기로 한다. 추려진 인원 중 면접을 보는데, 어디서 많이 봤다 싶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전 원나잇 스탠드를 할뻔했던 로운이다. 다은은 로운을 채용한다. 다은과 로운은 죽이 잘 맞는 편이다. 다정한 둘의 모습을 보고 위기의식을 느끼는 주원.

주원이 대표로 있는 [에이원]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회사이다. 대표이자 개발자인 주원은 다은을 위해서 앱 개발을 시작한다. 반경 1km 이내에 있는 약국들의 정보와 채팅, 약사의 프로필까지 공유할 수 있는 약국 네트워크인 것이다. 다은은 이 앱을 통해서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경식이 이 앱을 통해서 더욱 노골적으로 다은에게 다가오는 것이 그것이었다. 처음에는 선한 호의라고 생각한 그의 행동이 점점 수위가 높아진다.

주원은 경식에게 단호하게 경고를 한다. 한편, 다은과 주원은 동거를 하며 알콩달콩한 시간을 보낸다. 다은은 점점 자신이 주원의 몸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치 신혼부부라도 된듯한 착각을 하면서 점점 서로에게 빠져든다.

한편 주원의 엄마, 정애는 주원을 최성태 의원의 딸과 맺어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한다. 회유도 협박도 해보지만, 주원에게 통하지 않는다. 주원의 달라진 태도를 느낀 정애는 주원에게 사람을 붙여 그의 행동거지를 감시한다. 곧 주원과 다은이 동거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애는 이 사실을 약점 잡아, 선을 보지 않으면 다은의 엄마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아 둘 사이를 완전히 갈라놓겠다고 한다.
주원은 어쩔 수 없이 솔빈과 선을 보게 된다. 주원은 그녀가 오해하지 않도록 자신이 억지로 시간을 보내러 나온 사실을 일부러 솔빈에게 이야기한다. 솔빈에게  퇴짜를 놓고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애는, 다은의 엄마인 영옥에게 연락해 둘의 동거 사실을 알린다. 이에 영옥은 다은에게 본가로 들어와 살라고 한다. 함께 살지 않아도, 다은과 주원은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한다.

솔빈은 주원에게 거절당했음에도 그를 마음에 들어 한다. 다은은 대학 동창 모임에서 솔빈이 주원과 선을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자신이 주원과 결혼하게 될 것 같다며 떠벌린다. 이 와중에 솔빈은 다은에게 주원과 연애를 실컷해도 신경 쓰지 않겠다며, 자신은 주원과 결혼만 하면 된다고 한다. 다은은 4선 의원이자 서울시장을 노리는 솔빈의 아버지가 시장이 될 경우, 연길의 한옥 호텔사업에 유리하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주원과 더는 동거를 하지 않지만, 여전히 따로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정애.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은의 가족과 함께 만나자고 제안한다. 함께 만난 두 가족의 긴장되는 식사시간. 이 자리에서 다은은 아버지 순규의 건축회사가 재정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다. 더불어 연길의 한옥 호텔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어야 순규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이 만남 이후 다은은 주원을 슬슬 피한다. 그래도 약국에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주원.

마침 소진이 다은에게 H 호텔에서 주최하는 풀 파티에 함께 가자고 한다. 로운은 자신도 같이 가자고 조른다. 풀 파티에서 신나게 놀던 다은 일행은 주원을 마주친다. 다은을 누나라고 부르는 로운에게 화가 난 주원이 급기야 로운에게 한소리를 하고 마는데... 이 문제로 둘은 크게 싸운다. 다은의 마음에는 주원을 향한 애증이 가득해, 그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다. 주원은 다은을 데리고 나오려 하지만, 다은은 거절하고 로운과 사라진다. 그렇게 나온 다은은 로운에게 미안하다고, 기분이 좋지 않아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다고 한다. 둘의 사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멀어진다.

며칠 뒤, 주원은 다시 다은에게 다가간다. 야간근무를 하는 다은의 옆에 있어 주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은은 한없이 차갑기만 하다. 로운이 같이 나와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다은의 냉정함에 어쩔 수 없이 돌아서는 주원. 마침 수혁에게 연락이 와 술 한잔하는데, 그 자리에서 로운을 마주친다. 오늘 근무 날 아니냐고 물었더니 오프라고 말하는 로운. 다은이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전화를 걸어본다. 열통 넘게 하는 전화에 응답하지 않는 다은. 이상한 낌새에 약국으로 달려간 주원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다은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날 경식이 다은이 혼자 있는 것을 알고 약국에 들어와 행패를 부렸다. 그가 휘두르는 흉기에 다은은 상해를 입었다. 주원은 자신의 욕심과 실수로 다은이 다쳤다고 생각하며 자책을 하며 식음을 전폐하고 다은의 간호에 힘을 쓴다. 경찰은 경식의 행방을 쫓지만 잠적해버린 그를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주원은 다은의 간호함과 동시에 경식을 찾아내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탐정인 친구 지섭의 힘을 빌려 결국 경찰보다 경식을 먼저 찾아낸 주원은 그만의 방법으로 응징한다.

다은은 혹시 주원이 경식을 죽인 건 아닐까 걱정한다. 하지만 며칠 뒤 경식이 경찰에 자수했다는 사실을 알고 한시름 놓는다. 다은은 병원 생활을 끝내고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여전히 스토커의 트라우마에 힘들어한다. 이때도 옆에 있어 주는 사람은 친구 주원이다.

다은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자신이 주원을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섹스 파트너가 아니라 인생의 파트너로 그와 알아가고 싶다는 것도. 주원은 할 이야기가 있다고 그녀를 불러낸 뒤 고백을 한다. 급작스러운 고백에 다은은 눈물을 흘린다. 둘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뜨거운 밤을 함께 보낸다.

기타
연재
여부
북팔 무료 연재 중 http://novel.bookpal.co.kr/view/64233
예상
분량
55~60화













<원고>

1화. 남사친과 원나잇


몇 주 전 일이었다. 다은은 아침부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 달 만에 만나는 영준이 할 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순간부터였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다은의 나이 29살. 내년이면 30살. 9주년 기념일에 할 말이 있다며 만나자는 건 뻔한 시나리오아닌가. 그가 서른 살이 되기 전에 프러포즈를 할 계획이 분명했다. 대학교 OT에서 선후배로 만나 한 번의 헤어짐도 없이 무난하게 함께해온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훑고 지나갔다.

못 보면 죽을 것 같고, 손끝만 닿아도 찌릿한 사랑은 분명 아니었다. 함께 있으면 안정감이 있었다. 다은은 늘 자신도 부모님과 같은 배우자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장난치고, 무던하게 함께 할 수 있는 사이. 영준과는 그렇게 지낼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누군가는 사랑의 결실이 결혼이 아니라지만, 적어도 다은에게는 결혼이 10년의 결실이 맞았다.

안 하던 화장도 공들여서 하고, 영준을 만났다. 평소보다 긴장되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니 픽하고 웃음이 났다. 저렇게 긴장한 모습이라니. 할 말이 뭐냐고 은근하게 채근했다. 돌아온 답변은 다은이 상상도 하지 못한 그것이었다.

‘클럽에서 만난 여자랑 잤어. 그런데 그 여자가 임신했대.’

여자라곤 한평생 모다은 밖에 몰랐던 인간이 클럽에서 만난 여자와 원나잇 스탠드로도 모자라 여자를 임신시켰다고? 이내 영준이 몰래 카메라라도 찍나 싶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표영준이 그럴 리가 없잖아. 다른 남자도 아니고 표영준이. 콘돔이 없으면, 관계를 시작도 안 했던 표영준이 말이다. 제 눈앞에서 질 낮은 농담을 하는 그가 분명 평소와 달라 보였다. 놀라는 시늉이라도 하며 울어야 하나.

‘미안해. 우리 헤어지자.’
‘오빠, 이제 장난 그만해. 장난인 거 아는데도 기분 되게 나빠.’
‘......장난 아니야.’

2연타였다. 누군가 라이톤 해머로 머리를 내리치면 이런 기분일까. 몇 번을 물어봐도 영준의 대답은 같았다. 다은이 열 번쯤 되물었을 때, 그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만 물어봐. 같은 말 반복하기 짜증 나니까.’
***

주말의 클럽은 발 디딜 곳 없었다. 클럽의 면적이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진작에 훨씬 넘었다. 주원은 주변을 쓱 훑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애원하는 다은이 아니었다면, 평생 발들 일이 없을 곳이었다. 아까부터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맥주만 들이켜고 있었다. 정적을 깨듯 다은이 입을 열었다.


“얘들아, 나 앞으로는 막살려고.”
“뭐?”
“.....”
“지금까지 공부랑 일만 하면서 산 인생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


소진은 그게 무슨 개소리냐며 깔깔거렸고, 주원은 맥주를 넘기다 목에 걸려 컥컥대고 있었다.


“장난하는 거 아니고 진심이야. 내가 표영준이랑 연애하면서 10년을 그 사람만 보고 살았는데...헤어지고 나니까 나는 가장 예쁠 20대에 아무것도 안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결론은 이제 문란하게 막 놀고 다니자 이거야.”


다은이 동그란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무결한 토끼 같은 얼굴을 하고 내뱉는 대사의 부조화라니. 사뭇 진지한 그 표정에 소진의 입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길게 한숨을 내쉰 주원이 술을 사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다은이 문란하게라...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다는데. 평생 공부만 해서 어떻게 노는지 알기나 해?”
“노는 것도 공부처럼 열심히 하면 되겠지.”
“네가 잘도 그러겠다.”
“진짜야. 나 앞으로 그렇게 살기로 결심했어. 내가 또 한다면 하는 성격이잖아?”


다은이 소진의 손목을 잡고 당겼다. 턱짓으로 스테이지를 가리키는 거로 보아 춤을 추자고 하는 뜻이었다.


“주원이 바에 술 사러 갔잖아. 오면 같이 가.”
“됐어. 설주원이 잘도 춤추겠다. 나 혼자 간다 그럼.”


다은이 스테이지를 향해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처럼 타인의 몸이 무작위로 들러붙었다. 밀리고 밀치고. 이런 상황을 즐기는 건 아니었지만 이런 것도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소진의 말처럼 고기도 먹어본 놈이 먹는댔으니까. 지금부터라도 고기 먹는 연습을 하면 되는 거다.

앞뒤로 몸만 살짝 흔들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불쑥 다은의 팔을 잡아당겼다. 애써 놀라지 않은 척 자연스레 고개를 들어 남자의 얼굴을 올려보았다. 꽤 큰 키에 다부진 외모와는 달리, 귀여운 외모의 남자였다.


“저기요. 우리 둘이 나가서 얘기할래요?”
“......”
“술 한잔하고 싶어서요.”
“그래요.”


남자는 이내 다은의 손목을 그러잡고 인파를 가로질렀다. 내내 스테이지를 지켜보던 소진이 다은을 향해 소리쳤다.


“야! 모다은! 너 어디가?”


소진과 눈이 마주친 다은이 괜찮다는 손짓을 내보였다. 마침 주원이 양손에 칵테일을 들고 와 자리에 앉았다.


“다은이는?”
“무슨 바람이 나서 저러는지 모르겠네! 진짜.”
“무슨 소리야.”


주원의 미간을 설핏 찌푸린 채, 칵테일 잔을 성의없이 내려놓았다.


“아무래도 영준 오빠랑 헤어진 후유증이 이제야 오나 봐. 며칠 전에도 나한테 앞으로는 눈 마주치는 남자랑 다 자버리겠다고 그러더라고.”
“뭐?”
“늦바람이 무섭다고, 다은이 쟤 어쩐다니. 모범생이 놀겠다고 작정하면 공부하듯 열심히 놀려나?”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다은이는 뭐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


흘러내린 머리칼을 넘기는 주원의 손에 짜증이 배 있었다. 얼마간 상념에 빠진 주원이 무언가 결심한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테이블 주변에 모여있던 여자들의 시선이 급하게 그를 쫓았다. 캄캄한 클럽 안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외모였다. 190cm에 가까운 키도 그랬지만, 선이 고우면서 남자다운 외모가 더욱 그랬다. 주원이 출입구 쪽으로 거침없이 걷기 시작했다. 아까부터 주원의 얼굴을 힐긋거리던 무리에 있던 여자가 종종거리며 주원에게 다가갔다.


“저기요, 혹시 번호 알려줄 수 있어요?”
“......”
“안 들려요? 번호 줄 수 있냐고요.”


눈두덩이를 시커멓게 칠한 여자가 주원의 얼굴 앞으로 휴대폰을 내밀며 채근했다. 한껏 용기를 낸 모양이지만, 주원에게는 앞길을 막는 방해꾼일 뿐이었다. 주원은 방해꾼의 얼굴을 무감한 표정으로 내려 보았다.


“하아, 방해하지 말고 꺼져.”


돌아서는 주원의 입술이 짜증으로 실룩거렸다. 남겨진 여자의 얼굴이 불그락 달아올랐다.


***


남자는 클럽과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바(bar) 로 다은을 이끌었다. 남자의 이름은 이로운. 다은은 로운과 하룻밤을 보낼 계획이었다. 성녀처럼 보낸 과거에 반항이라도 하듯이.

지지부진한 무용담으로 다은의 환심을 사보려는 로운의 노력이 가상했다. 재미도 없는 이야기에 웃어 주려니 광대뼈가 얼얼해지는 것 같았다. 이 짓거리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며 연거푸 소주를 들이켰다. 다은은 로운에게 자신의 이름만 말해주고는 그에 대해선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어차피 오늘 하루 자고 나면 끝날 인연이니까.


“다은 씨라고 했죠? 무슨 일 해요?”
“약 팔아요.”
“네?"
“약사거든요.”
“우리 공통점이 많네요. 개국하신 건가요? 아니면 페이?”
“개국했어요. 약국은 판교 쪽에 있어요.”


그나저나 하룻밤 보낼 상대에게 이런 호구 조사는 과하디과한 것 아닌가. 마지막 술병에 담긴 소주를 비워내고선, 다은이 말했다.


“지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도 돼요. 이것저것 잴 것도 없고.”
“네?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는데요.”
“그냥 바로 자러 가자고요. 나랑 자고 싶어서 클럽에서 끌고 나온 거 아니었어요?”


힘을 주어 말한다는 게 큰 목소리를 내었다. 와인 잔의 물기를 닦던 바텐더의 손이 멈추고 이내 다은과 로운을 번갈아 보았다. 로운과 눈이 마주친 그가 각성이라도 한 듯 고개를 잘게 흔들었다.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오늘은 그만 들어가시죠.”
“바로 옆 건물이 호텔이에요.”
“다은 씨, 내가 진짜 불순한 생각 하고 다은 씨 덮치면 어떡하려고 그럽니까?”
“그 불순한 생각이, 오늘 내가 원하는 거예요.”


다은에게 끌려오다시피 결국 호텔로 들어왔다. 체크인하고 카드키를 받아든 로운은 그때까지도 고민하고 있었다. 제 옆에서 눈을 반짝거리고 있는 이 여자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일단 호텔 방에 눕히고, 술에 취할 때까지 옆에 있어 줘야 하는 건가. 문고리 센서에 카드키를 갖다 댔다. 녹색불이 켜지면서 삐 소리가 나야 하는데 빨간불이 들어왔다. 카드키가 잘못된 건가 하고 다시 대보았지만 마찬가지였다.


“다은 씨, 잠깐만요. 문이 안 열리네요.”
“아~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투정하는 다은의 말에 날이 서 있었다. 철퍼덕 소리가 나더니 다은이 로운의 팔에서 미끄러져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 미안해요. 다은 씨 잠깐만 기다려요. 문 다시 열어볼게요. ”

그제야 녹색불이 켜지며 삐 소리가 났다. 문고리를 아래로 내리곤, 방문을 밀어내니 잘 정돈한 방이 눈에 들어왔다.


“모다은!”


잔뜩 성이 난 익숙한 음성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다은의 12년 지기 남사친. 설주원이었다. 어느새 다은과 로운의 앞에 우뚝 선 그가 긴 한숨을 내쉬며 제 입술을 손바닥으로 몇 번 느리게 문질렀다. 흥분되는 상황일 때 애써 감정을 짓누르는 그만의 습관이었다. 귀신이라도 본 듯한 다은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뭐,뭐야? 너.”
“누구시죠?”


로운이 묻자 주원의 표정이 순간 선선해졌다. 다은의 팔을 붙들고 있는 손에 불편한 시선이 닿은 채 답했다.


“모다은 보호잡니다. 다은이는 지금부터 제가 챙길 테니까 인제 그만 가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은 씨 아는 사람 맞습니까...?”
“하아...네, 맞긴 맞는데...”
“안 가십니까?”


로운은 여전히 다은의 팔을 잡고,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주원을 훑었다. 갑자기 나타나 이 남자가 다은의 보호자라니. 주원이 다은을 거칠게 제 쪽으로 끌어당겼다.


“다은 씨, 어떻게 할까요? 이 사람 믿고 나 가봐도 돼요?”
“잠시만요. 설주원. 너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거야? 방해하지 말고 가서 네 할 일이나 해.”
“이런 식으로 나오시겠다? 그러면 뭐 어쩔 수 없지.”
“너, 뭐, 뭐할려고?”
“이모한테 데려가시라 전화해야지.”
“야!”


길길이 날뛰는 다은과 달리, 주원의 입가에는 미세한 웃음이 걸렸다.


“죄송해요. 그만 가보셔야겠어요.”
“정말 가봐도 돼요?”
“네, 인정하기 싫지만... 제 친구예요.”
“그럼...가보겠습니다.”


주원은 지갑에서 현금다발을 꺼내 로운에게 건넸다. 로운이 낸 숙박비보다 곱절은 많은 돈이었다. 로운은 돈을 거절하고는 뒤를 잘 부탁한다며 이내 자리를 떴다. 떨떠름한지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 보면서.

주원은 곧 바닥에 주저앉아있는 다은의 손을 잡고는 호텔 방 안으로 들어갔다. 다은의 손목을 내팽개치듯 차갑게 놓았다. 잡힌 손목이 아려 몇 번이고 쓰다듬었다. 일자로 굳게 다문 주원의 입술에 분노가 배어났다.


“설주원. 너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다은이 ‘네가 뭔데, 방해하고 있어’라고 소리치며 주원을 문 쪽으로 떠밀었다. 그런다고 주원이 조금도 밀릴 리 없는데도, 의미 없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다은이 자신을 밀어내도록 내버려 둔 주원이, 자기 등에 붙어있는 작은 손을 그러잡았다.


“나랑 자자.”












2화. 이거 안놔?


다은은 조금 전 주원이 한 말을 제대로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다시 한번 자기 귀를 의심해 보기로 했다. 설주원이 그런 말을 했을 리가 없으니까.


“지금 뭐라고...? 뭐?”
“나랑 자자고. 들었으면서 뭘 못 들은 척 하냐.”
“그러니까...왜? 너랑 내가 왜?”
“내가 그러고 싶으니까.”


호텔 방이 울리도록, 다은이 크게 웃었다. 어른들의 섹스에는 단계라는 게 있어야 하는 법이다. 손을 잡고 팔짱을 끼고, 키스하고 그다음 잠자리를 하는 것. 그것이 다은이 생각하는 단계였다. 오늘같이 하룻밤 섹스를 할 상대에겐 단계라는 게 필요 없긴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에 본 적이 없는, 앞으로도 볼일이 없는 상대에게나 해당하는 것이다.


“갑자기 나랑 왜 그러고 싶은데?”
“나도 마침 섹스 파트너가 필요하거든. 서로 니즈가 맞는 거 아닌가. 보니까 너도 발정이 제대로 난 것 같고.”
“섹스 파트너? 바, 발정...?하아....내가 지금 무슨 소리를 듣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그러니까, 내가 그 섹스 파트너인지 원나잇인지 얼마든지 해주겠다고.”


다은은 제 눈앞에 있는 남자가 설주원이 맞는지 새삼 의문이 들었다. 다은이 아는 주원은 가끔 되먹지 못한 말은 해도, 이렇게 막무가내로 섹스를 외치는 사람은 아니었다. 적어도 12년 동안 봐온 주원은 그랬다.

열이 잔뜩 오른 주원이 재킷을 벗어 소파 쪽으로 던졌다. 슬림핏 셔츠가 단단한 근육 위로 미끄러지듯 선을 드러냈다. 적당히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근육에 저절로 시선이 갔다. 다은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침을 꿀꺽 한번 삼켰다.


“왜. 보니까 꼴려?”
“꼴려? 어이가 없네. 자꾸 더러운 소리 하지 말고 그만 가. 응? 싸우기 싫으니까 그냥 가라고.”
“처음 본 남자랑 자려고 했던 너는 안 더럽고?”
“야! 설주원! 너 꺼져 진짜!”

다은이 손에 잡힌 베개를 주원이 서 있는 쪽을 향해 있는 힘껏 던졌다. 주원의 얼굴을 정면으로 가격한 베개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원이 눈을 슬며시 감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주, 주원아. 너 괜찮아? 살살 던진다고 던진건데...어디 봐봐. 눈 찔렸어?”
“......”


다은이 주원의 얼굴 쪽을 더듬었다. ‘에이 뭐 아무렇지 않네!’라고 하며 돌아서려는 다은의 손목을 주원이 빠르게 낚아챘다. 그러곤 다은의 손바닥을 자신의 가슴 근육에 갖다 붙였다. 딱딱한 근육의 느낌이 이상할 정도로 야릇했다. 가슴에 붙어있던 손바닥은 천천히 허리춤으로 미끄러지듯 내려갔다. 너른 어깨와 비교해봐도 상당히 잘록한 허리였다.


“야...왜 이래. 내 손 놔...”
“이만하면 파트너로 훌륭하지 않냐.”


당당하던 목소리는 어디 가고 기어들어 갈 듯, 작은 음성을 내는 다은이었다.

주원에게 붙잡힌 다은의 손이 이번에는 주원의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길고 깊지만, 쌍꺼풀 없이 담백한 눈, 얼굴의 중앙에 중심을 잡고 선 높은 코, 그 위에 걸쳐진 검은 뿔테, 유독 붉고 도톰하게 부어오른 입술.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주원의 어디서든 눈에 띌만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한번 본다면 절대적으로 잔상에 남을 법한 그런 얼굴. 친구라는 단어로 그의 외모를 후려치기에는 너무 잘나긴 했다.

그래도 설주원과의 섹스는 아니라는 마음엔 변함이 없었다. 12년 지기 친구에, 얽힌 친구는 또 몇 명이며, 부모님까지 서로 교류하는 사이 아니던가. 주원과 다은이 섹스 파트너라는 사실을 주변 사람들이 알기라도 하는 날엔 두고두고 안줏거리가 될 것이 뻔했다. 아니, 애초에 주원과 그런 야한 짓을 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손 놔줘. 자꾸 변태같이 너 만지게 하지 말고.”
“왜, 아까 저 새끼랑 이보다 더한 변태 같은 짓 하려고 했던 거 아니야?”


주원은 여전히 다은의 손목을 그러잡고 있었다. 잡은 손은 다시 미끄러지듯 천천히, 내려와 엉덩이에서 멈췄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탄력 있는 엉덩이에 내려앉은 손바닥의 질감에 몸이 움찔거렸다. 영준의 올챙이 배를 귀엽다고 만질 때와는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아랫배가 저릿하면서 신경이 바싹 곤두서는 느낌이랄까. 생경한 몸의 반응에 자신도 놀라는 중이었다.

“봐봐, 모다은 너도 꼴리잖아.”
“미쳤나 봐 진짜. 자꾸 누구 보고 꼴린다는 거야. 설주원. 내가 볼 때, 너 오늘 많이 이상하거든? 난데없이 이러는 이유를 모르겠는데, 오늘 일은 없었던 걸로 해줄 테니까. 오늘은 여기서 헤어지자.”
“왜. 나 집에 보내고 또 다른 새끼 찾아 섹스하게?”
“하아... 진짜... 오늘은 안 할 거야. 너 때문에 기분 잡쳤거든.”
“기분이 잡쳤다...라.”


다은의 말을 곱씹는 주원의 얼굴이 금세 굳었다. 장난감을 사달라고 보채는 5살 조카를 어르듯, 주원의 양손을 꼭 붙들었다.


“주원아. 너랑 나랑 불알친구고 우리 고등학교 때부터 계속 잘 지내왔잖아. 친구끼리 이러면 안 돼.”
“불알도 없는 게 어디서 불알친구래.”
“아니, 말이 그렇다는 거지. 너랑 나랑은 그만큼 막역한 친구 사이라는 소리잖아. 똑똑한 애가 왜 말뜻을 파악 못 해?”

조용히 달래듯 말하던 다은이 갑자기 목소리를 높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은 주원과 말이 통할 것 같지 않았다. 화도 내보고, 어르고 달래봐도, 주원은 막무가내였다.


“친구면...”
“응?”
“친구끼리는 자면 안 되는 건가.”
“아니, 뭐 정해진 건 없겠지만. 너랑 나랑은 솔직히 좀 아니잖아. 나 너 봐도 전혀 흥분이 안 돼. 여자 친구 같다고. 그런데 어떻게 너랑 자? 네 말대로 꼴려야 잘 거 아니야.”
“꼴리면?”
“그러니까, 그게 전혀 안 된다니까.”


어느새 주원의 큼지막한 손이 다은의 뒤통수에 붙었다. 손을 치우라며 고개를 흔드는 다은의 머리통을 자기 얼굴 쪽으로 끌어당겼다. 주원이 고개를 숙이자 두 입술이 닿을 듯 가까워졌다. 그의 입술 사이에서 데워져 나오는 숨결에서 박하 향이 풍겼다. 무언가를 꾹 눌러 참는듯한 숨소리에 바싹 신경이 곤두섰다. 입술을 붙일 듯 안 붙일 듯 달아오른 숨만 씨근덕대고 있었다.


“그럼 확인해 볼까.”
“......설주원 너.”
“싫음 지금 내 따귀라도 때리면서 욕하고 방에서 나가.”
“......”
“모다은, 싫으면 말하라고 했다. 시작하면 못 멈추니까. 분명 경고했어. 나는.”


더 이상의 반항이 가당키나 할까. 눈꺼풀이 힘없이 감기고, 손끝에 힘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주원의 허리를 잡고 있던 손이 툭 하고 떨어졌다. 저절로 벌어진 입술 사이로 주원의 혀가 빡빡히 들어찼다.


“으응......읏.”


키스가 이토록 달콤한 거였나. 온몸을 녹이는듯한 주원의 혀 놀림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제 못 멈춘다고 모다은’이라고 속삭이는 주원의 말이 저 멀리 아득하게 들려왔다. 미친놈. 뭐라는 거지. 아무튼, 지금쯤이면 소리를 지르고 입술을 떼면서 설주원의 가슴팍에 주먹질해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 건데. 왜 이렇게 온몸이 무기력해지는지 알 수 없었다.

어느새 자신의 혀는 주원의 입속에서 이리저리 얽히고 있었다. 축 처진 팔을, 주원이 잡아 올려 자신의 허리께에 둘렀다. 갈라진 등 근육이 적나라하게 만져졌다. 등골을 타고 오르락내리락하며 등을 쓸어내렸다. 주원이 그녀의 잇새를 더욱 꼼꼼하게 훑었다. 긴 혀가 이리저리 구르며 그녀의 치아와 혀, 입안을 질척하게 핥았다. 미끄덩하며 자신을 희롱하는 주원의 스킬에 짐짓 놀란 것도 잠시, 배꼽 아래 자신을 지그시 누르는 딱딱한 물체에 소스라치듯 몸을 비틀었다.

아직 그의 페니스를 눈으로 확인하진 않았지만, 굵기나 길이가 상당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은이 주원의 몸에서 자기 몸을 떼자, 다시 그녀의 허리를 쥐고는 자신에게로 붙였다. 자꾸만 자신의 배를 찌르는 둔탁한 물체의 감각에 불편해져, 주원의 골반을 밀어냈지만, 그런데도 아랑곳하지 않는 주원의 집요한 키스가 이어졌다. 타액이 정신없이 섞이고 혀가 말려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키스를 한 건지 그 시간이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은사 같은 타액이 서로의 입에 늘어지고 한참 후에야, 열 오른 입술을 떼어 냈다. 다은의 얼굴을 은은하게 내려다보던 주원이 미소 지었다. 주원이 엄지로, 타액으로 번들대는 그녀의 입가를 닦아냈다. 언젠가 평생 우정을 외치며 맥주를 마셨던 그 친구. 설주원이 맞는 건지. 그런 남자랑 지금 입술을 겹치고 서로를 빨고 있다니. 이 상황이 아무래도 비현실적이었다. 그런 다은의 머릿속을 읽기라도 했는지 주원이 나른하게 내려다보며 말했다.


“모다은. 자꾸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냐.”
“어떻게 아무 생각도 안 해. 너랑 내가 지금 이러고 있는데….”
다은을 번쩍 들어 침대에 눕혔다. 외마디 비명을 지른 다은이 눈을 질끈 감았다. 주원의 성마른 손이 다은의 등 뒤로 끼어들었다. 능숙한 손으로 단숨에 다은의 브래지어 후크를 열었다.

‘도대체 얼마나 경험이 많은 거야.’

조심성 없이 블라우스를 벗겨내 바닥으로 던졌다. 느슨해진 브래지어 덕에 속을 꽉 채우고 있던 하얀 젖가슴이 출렁이며 퍼졌다. 주원은 짧은 신음을 뱉으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미치겠네. 진짜.”


여자 가슴이 원래 이렇게 예쁜 건가. 만지면 터지는 소중한 보물을 만지듯 주원의 손가락이 극도로 조심스러워졌다. 잔뜩 달아오른 숨을 골라가며 분홍의 유륜을 두 손가락으로 살짝 누르자 다은이 몸을 비틀었다.


“뭐 이렇게 벌써 딱딱해졌어.”
“...모, 몰라. 창피하니까 그런 소리 하지 마.”


처음 본 여자의 나체는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천천히 입술을 붙여, 유륜을 가득 물었다. 혀의 선단으로 꼭지를 간지럽히듯 지분대자, 다은이 고양이 같은 신음을 흘렸다. 아직 가슴만 몇 번 빨았을 뿐인데, 페니스가 터질 듯 부풀어 올라 투명의 액체를 정신없이 흘리고 있었다. 도대체 속 안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부드러워. 할 수만 있다면 시도 때도 없이 물고 빨았으면 좋겠다는 미친 생각이 스쳤다.

주원은 그제야 다은의 상의만 풀어 헤쳐놓고, 자신은 옷을 하나도 벗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약하게 누워있는 다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입고 있던 폴로 셔츠를 빠르게 벗었다. 예쁘게 잡힌 사각 가슴이 흥분으로 부풀어 올랐다.

성마른 손으로 벨트를 풀자 양감이 느껴지는 드로즈가 드러났다. 페니스의 선단에서 질금거리며 나온 액체가 이미 드로즈를 젖힌 상태였다. 주원의 몸에 남겨진 마지막 천 조각을 벗겨내자, 성성한 페니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은이 보기에 흉포한 페니스는 커도 지나치게 컸다.

‘저,저걸 내 몸 안에 넣는다고?’

다은이 티가 나도록 침을 꿀꺽 삼켰다.

3화. 설주원과의 원나잇


선선하게 웃으며, 다은을 내려보았다. 뭐라 한 것도 아닌데,  다은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벌써 이렇게 다 젖어버렸네? 싫다고 내뺄 때는 언제고.”


주원이 두 손가락으로 팬티의 중심부를 손가락으로 뭉근하게 문질렀다. 위아래로 작은 마찰이 가해질수록 다은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제 아랫입술이 하얘지도록 깨물며, 신음을 삼키고 있었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주원의 짙은 눈에 이성이라고는 없었다.


“이제 벗겨볼까. 모다은 얼마나 예쁜지 너무 보고 싶은데.”
“너, 씨이...”


찢어내듯 벗겨낸 팬티가 아무렇게나 던져졌다. 주원의 시선이 떨어진 곳에, 벌거숭이가 된 다은은 급하게 허벅지를 오므렸다.


“다리 벌려봐. 인제 와서 창피한 생각이라도 든 건가. 그럴 필요 없는데. 나도 이렇게 좆 세우고 너한테 다 보여주고 있잖아.”
“그만하라고, 그 더러운 말. 진짜.”
“벌려봐.”
“싫어. 창피해. 일단 불부터 꺼.”
“자세히 보고 싶어.”


다은의 허벅지 안쪽에 양손을 넣고 지그시 누르며 다리를 벌렸다. 검은 터럭이 붙어있는 그녀의 은밀한 살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미치겠네. 진짜.”


다은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원을 올려보았다.


“왜, 왜 그래?”


짜증이 잔뜩 베인 눈가를 찌푸리며 주원이 말했다.

“쌀 거 같아서. 일단 한번 빼고 시작하지 뭐.”
“뭘 빼?”
“그대로 내 눈이나 보고 있어.”


주원의 커다란 손이 페니스의 뿌리를 잡았다. 흘러내린 액체를 묻히며,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이던 손이 점점 속도를 더했다. 뿌리부터 귀두까지 천천히 좁혔다 늘렸다는 반복하는 손길이 조급해졌다. 그의 손에 잡힌 살덩이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이미 다 커진 상태라고 생각했는데, 다은의 착각이었다. 내내 다은의 얼굴을 진득하게 쳐다보던 주원의 목소리에 짜증이 베었다.


“어딜 봐. 내 얼굴 보라고. 모다은.”
“어? 어. 그래.”


타타타타타탁. 음란한 손길에 가속이 붙자 주원의 눈가가 흥분으로 붉어졌다. 신음을 뱉지 않으려, 아랫입술을 깨문 얼굴이 몹시 색스러웠다. 그 표정을 보고 있자니, 다은은 엉덩이가 움찔거리며 아랫배가 근질거렸다.


“으윽....”


수음을 마무리하며 분출된 정액이 다은의 복부에 어지럽게 튀었다. 다은이 눈을 질끈 감으며 소리쳤다.


“아악!”
“이따 씻겨줄게. 구석구석.”
“누, 누가 씻겨달래?”


앵앵거리는 다은을 귀엽다는 듯이 내려보았다. 두 팔로 가슴을 가리고 허벅지를 오므리고 있는 상태였다. 주원은 다시 허벅지를 벌리고, 손가락 끝으로 음핵을 눌렀다 동그랗게 문질렀다. 몇 번이고 계속 손가락이 지분거리자 다은의 엉덩이가 점프라도 하듯 뛰어올랐다. 집요하게 아래를 응시하는 주원의 눈빛이 무섭도록 반짝였다.


“변태 같은 놈.”
“더 변태같이 해줄까.”


찢어진 살점을 샅샅이 훑으면서 다은의 표정을 살폈다. 입술을 잘근 씹고 있는 모양이 싫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혀를 세워 터럭 안에 숨겨진 여린 살점에 갖다 댔다. 부드러운 살점이 주원의 혀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였다.


“안, 안 빨아 줘도 돼. 부끄러우니까 그건 하지 마.”
“좀 솔직해지자. 모다은. 이렇게 질질 흘리면서 할 말은 아니잖아?”
“으.읏, 너 설주원. 으흣.”


클리토리스를 찾아낸 주원의 혀가 집요할 정도로 그곳을 핥아댔다. 주원의 머리통을 밀어내는 다은의 손길이 무색할 정도로, 주원은 집요했다. 투명한 애액이 왈칵 쏟아져 내려 시트를 적셨다. 그제야 다은은 포기한 듯 허리를 구부리며 신음을 뱉었다.


“내가 잘하고 있나 보네.”


주원의 혀가 지분거리자 음핵이 벌겋게 튀어 올라왔다. 영준 과의 간헐적인 잠자리는 늘 5분도 되지 않아 끝났다. 달아오른 그가 몇 번 앞뒤로 움직이다가 헉헉거리면서 침대로 쓰러지며 마무리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제 밑에 코를 박고 있는 설주원처럼 아래를 핥는 법은 없었다. 그래서일까. 견딜 수 없이 묘하고 야릇한 자세가, 온몸을 믿을 수 없이 달아오르게 했다.


“주, 주원아.읏. 설주원! 나 느낌이 이상하다고. 그만해.”


허벅지를 눌러 개구리처럼 벌리곤, 질 안으로 불쑥 혀를 집어넣었다. 다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비명을 질렀다. 푸욱. 혀가 갈라진 틈을 넓히며 이리저리 유영했다. 음습한 내벽에 혀가 맞닿아 비비적거렸다. 어떻게 된 게 미쳤냐고 소리 지르는 다은의 저런 표정까지 귀여운지. 아까부터 다시 솟아오른 좆에 온통 피가 쏠려서 터질 것 같았다. 한계였다. 다은의 허벅지 사이에 박혔던 얼굴을 들어 콘돔을 찾았다. 능숙하게 찢은 뒤 페니스 위에 올려놓았다. 돌돌 말린 콘돔을 푸르며 페니스를 감싸려는데 쉽지 않았다. 사이즈가 작은 건가. 분명 제일 큰 사이즈라고 해서 사 온 건데 턱없이 부족했다. 겨우 덮은 콘돔 때문에 페니스가 졸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안 끼면 안 되나.”
“절대 안 돼.”
“이제 넣는다. 아프면 말해. 보다시피 내 좆이 좀 커서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릴 수도 있어.”
“야! 설주원 너 더러운…. 읏.”


손가락으로 그녀의 소음순을 널찍하게 벌려 입구를 넓힌 뒤 귀두를 살짝 쑤셔 넣었다.


“악!”


다은의 비명에 놀란 주원이 조금 박혀있던 제 페니스를 얼른 뽑아냈다. 놀란 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그렇게 아파?”
“응.”
주원이 눈썹을 움찔거리며 다은의 밑부분을 살폈다. 고개를 끄덕이며, 훌쩍이는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제대로 넣지도 않았는데 벌써 아파하면 어떡하냐.”


상체를 숙이니 맨가슴이 맞닿았다. 요동치는 심장 소리가 서로에게 들릴 듯 맞물렸다. 주원이 다은을 끌어안듯 등 뒤로 손을 넣고는 다시 입술을 덮었다. 젖은 살점이 잇새를 이리저리 핥고는 옭아맸다. 집어 삼킬듯한 격렬한 키스였다.


“하읏.”


다은의 깊은 곳까지 들어온 주원의 손가락은 내벽을 긁으며 속을 넓혔다. 손가락은 앞뒤로 흔들자 잘박거리는 음란한 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여전히 다은에게 입술을 붙이고 있는 상태였다. 온전히 주원의 품 안에서 허덕이다, 그의 목을 바싹 끌어안았다. 키스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은데, 은밀한 부위까지 주원의 손에 정복당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조금은 넓어졌을 테니까.”


성성하게 흔들리는 좆을 잡고, 갈라진 좁은 틈을 향해 밀어 넣었다. 조금씩 밀어 넣을 때마다, 다은은 온몸에 힘을 주고 움츠러들었다. 그렇게 귀두만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그렇게 온몸에 힘주고 있으면 더 안 들어가니까 힘 빼고.”
“나도 힘을 주고 싶어서 주는 게 아니란 말이야.”


어쩔 수 없다는 듯, 페니스의 뿌리를 잡고 조금씩 쑤시기 시작했다. 아랫배에 가득 찬 그의 페니스가 앞뒤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조여오는 질 내벽의 근육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 주원의 페니스를 집어삼키기라도 하는 듯 압박해 오는 통에, 금세 사정감이 밀려왔다.

엉덩이를 뺐다가 뿌리까지 밀어 넣기를 반복했다. 페니스의 선단이 질벽을 긁어내리며 안을 휘저었다. 밀착된 살점이 쓸렸다 떨어졌다는 반복하면서 극단의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주었다. 다은은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주원의 아래에 깔린 채 앓는 소리만 냈다.


“으흣.흣.으흥.흣.


들끓어 오르는 육욕에 사로잡혀 미친 듯한 허릿짓을 반복했다. 여자의 몸 안에 박힌 느낌이 이렇게나 좋을 수가. 상상도 못 했다. 주원은 넣는 순간부터 터져 나오려는 정액을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 다은의 표정을 보니 더는 견디기가 힘들었다.
다은도 마찬가지이긴 했다. 이런 무지막지한 크기를 처음 봤으니 이런 물건을 몸속에다 넣으면 어떤 기분일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숨이 턱 하니 막히고 하반신이 마비라도 되는 것 같았다. 굳이 주원이 몸을 움직이고 있지 않은데도 몰아치는 자극에 눈물이 찔끔 고였다.

둔탁한 페니스가 점점 속도를 내어 질벽을 쳐댔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고 있는 주원의 얼굴에 살짝 땀이 뱄다.


“모다은, 그...그만 조이라고. 미칠 것 같으니까.”
“아흣.흥,흣,읏, 나도 아파.읏.”


음란한 엉덩이가 탁탁탁 소리를 내며 탐욕스럽게 움직였다. 잔뜩 좁아 드는 내벽에 가는 신음을 내뱉으며 페니스를 출납했다. 덜렁이는 음낭이 밀부를 집요하게 쳐댔다. 잔뜩 긴장한 질 안의 돌기들이 페니스를 꽉 물고선 놔주질 않았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세포 하나하나가 터져나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면서도 몸은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져 그의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반응하는 것 같았다. 빈뇨가 느껴지는 바람에 엉덩이를 들썩여서 그를 피해봐도 끈덕지게 질안에 박아대는 탓에 미칠 노릇이었다.


“하아...안 예쁜 구석이 없네.”


마지막 힘을 다하려는 듯 사력을 다해 피스톤 운동을 했다. 게걸스럽게 젖꼭지를 물고 늘어지면서 허리를 거침없이 치댔다.


“읏,아흥,아읏,으읏,서,설주원. 그만, 그만해.”


이성을 잃은 몸짓이었다. 주원은 정신없이 엉덩이를 움직여 쑤셔 박고는 쓰러지듯 다은의 옆에 누웠다. 콘돔에 그의 체액이 가득 차 있었다. 자기 페니스를 조여오던 콘돔을 바닥에 던져 버린 채 다시 몸을 붙여왔다.














4화. 이제 와서 어색하면 어쩌자는 거야


“어땠어?”
“몰라. 그런 거 묻지 마.”


달뜬 숨만 내뱉으며 겨우 대답했다. 조붓한 구멍 사이에 빠듯하게 들어찼던 그의 페니스의 여운이 아직도 생생해 귓불까지 붉어졌다. 손바닥을 얼굴에 붙이며, 고개를 저었다. 주원이 호텔 복도에 나타났을 때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상상도 못 했다. 사실, 이미 음란한 짓을 다 마친 이 상태에서도 믿기지 않았다. 다은의 얼굴에 붙어있는 손을 떼며, 주원이 얼굴을 들이댔다. 다은의 입술을 가볍게 빨면서,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실실거렸다.


“나 샤워하고 올 테니까 한 번 더 하자.”
“뭐, 뭐라고? 방금 끝냈잖아.”
“한 번으로 끝내려고 했단 말이야?”
“짐승도 아니고 끝나자마자 또 하는 게 어딨어.”
“어딨긴. 두 번이 아니라 밤새도록 해줄 수도 있어.”


그녀의 푸념 따위는 먹히지 않을 완고한 태도였다. 다은은 뒤돌아서서 걸어가는 주원의 뒷모습을 쳐다보며 한숨 쉬었다. 갑자기 고개를 홱 하고 돌린 주원이 말했다.


“씻겨줄 테니까 욕실로 와.”
“아니? 됐거든?”


다은이 주원이 서있는 쪽으로 베개를 던지며 말했다. 등허리에 슬쩍 맞고 떨어진 베개를 줍더니, 방향을 돌려 침대로 걸어왔다.


“뭐야. 씻는다면서 왜 다시 침대로 와.”
“아까 내가 네 몸 위에다 싼 게 기억나서. 미안하니까 씻겨줘야겠어.”
“됐다니까!”


다은의 몸이 가볍게 허공으로 떠올랐다. 내려다보는 주원의 입꼬리가 비뚜름하게 올라갔다. 다리를 버둥거리며, 내려달라고 소리쳐봐도 주원은 묵묵히 욕실을 향했다. 욕조에 다은을 앉히고는, 샤워기의 물을 틀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다은의 몸에 샤워기를 가져다 댔다.

몇 번 펌프질을 한 샤워젤을 손바닥으로 문질러 거품을 만들었다. 무릎을 꿇다시피 한 주원은 다은의 발에 거품을 묻히며 정성스레 문질렀다. 점점 위로 올라오는 뭉근한 손짓에, 다은이 잘게 몸을 떨었다.


“설주원, 이렇게 안 해도 되는데….”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


어느새 올라온 굵은 손이, 다은의 음부를 간지럽히며 문질렀다. 그만하라고 타박을 하면서도, 주원의 손짓에 여러 번 몸을 움찔거렸다. 온몸 구석구석을 씻어낸 주원이 샤워기를 갖다 대며, 거품을 헹궈냈다. 다은의 샤워를 마친 주원은 자기 몸도 빠르게 씻었다.


“뭐야, 너 또.”
“또 섰네. 미친.”


어느새, 성성이며 움틀대는 페니스를 쥐어 잡은 주원이 허탈한 듯 웃었다.


***


다은은 사타구니 안쪽의 묵직한 통증을 느끼며 새벽녘 눈을 떴다. 몇 번을 했는지 손으로 꼽을 수도 없었다. 마지막으로 세본 것이 네 번이었나. 그 뒤로는 세는 걸 멈췄다. 그만하자고 짜증도 내보고, 애원해봐도 지그시 몸을 붙이며 유혹하는 주원을 차마 막지 못했다. 매번 그렇게 넘어가고 말았다. 입으로는 짐승 새끼라는 말이 튀어나왔지만, 사실은 다은도 다를 바 없었다.

지난밤 헐떡이며 골반을 흔드는 주원의 야한 움직임이 떠올랐다. 그 생각만으로 아랫배에 뭉근한 신호가 왔다. 지난밤의 상념을 떨쳐버리려는 듯 다은이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고개를 돌리니 새근새근 숨소리를 내며 잠든 주원의 옆얼굴이 보였다. 그 잘난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만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예쁘게 닫은 속눈썹이 가끔 움찔거렸다.

‘이 입술로 어제 나를 몇 번이나 빨고 핥았더라.’

아무리 생각해도 둘 다 정신이 어떻게 된 게 틀림없었다. 물론 자신보다 조금 더 미친 건 주원이었지만. 알고 지낸 세월이 12년인데 섹스 파트너니, 원나잇 스탠드니 따위의 헛소리를 당당하게 하는 건가.

침대를 빠져나와 바닥에 널브러진 속옷을 챙겨입었다. 혹시나 주원이 깨진 않을까 눈치를 보면서. 그렇게 도망치듯 호텔 방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주원은 쌔액쌔액 소리를 내며 깊게 잠들어 있었다.


***


빛이 커튼을 뚫고 올 무렵이 돼서야, 주원이 눈꺼풀을 힘겹게 떴다. 묵직한 둔통에 옅은 신음을 내뱉었다. 하지만 왠지 곧이어 입가엔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어젯밤 자신의 밑에 깔려서 교성을 지르던 다은의 얼굴이 생각나서였다. 그 얼굴 때문에 허릿짓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도망가라고 할 때 왜 도망을 안 가. 온전히 자신과 맞붙어있는 살점들을 온전히 느끼는 다은이 사랑스럽기까지 했다. 그 순간 더 할 걸 하는 후회가 일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미친놈이 맞았다. 고환이 텅텅 비도록 사정한 주제에, 아쉬워하다니.
“모다은, 잘 잤어?”


손을 뻗어 이불을 걷어냈다. 옆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다은이 보이지 않았다. 화장실에라도 간 건가 하곤 다은의 이름을 불렀다. 방 안의 인기척이 없다는 걸 깨달은 주원이 화장실로 달려갔다. 샤워실. 화장실. 어디에도 다은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아랫입술이 하얘지도록 짓씹었다. 설마 하는 예감이 들어맞는 경우는 언제나 불쾌한 법이다. 밤새도록 몸을 섞어놓고 이런 식으로 도망을 가다니. 매너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Rrrrr


고등학교 동창 김수혁의 전화였다. 수혁은 분기별로 있는 동창 모임을 주관하고 연락을 돌리는 총무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직업이 회계사니까 돈 계산 하나는 잘 하지 않겠냐는 동창들의 만장일치 의견이 반영된 것이었다.


[오늘 나올 수 있는 거지? 혹시나 해서 마지막으로 확인 전화 돌리는 건데.]
[별일 없으면.]
[별일 없으면 이라니? 꼭 나와야지. 여자애들 몇 명이 너 나오는지 몇 번이고 나한테 물어보더라. 너 안 나오는 거 알면 꼭 나를 죽일 것 같던데?]
[몰라. 그러든지 말든지.]
[그나저나 다은이가 연락이 안 되는데 무슨 일 있나? 모임 꼭 나온다고 했었는데 왜 어제부터 전화를 안 받냐고.]
[모다은이 꼭 나온다 그랬다고?]
[응. 그랬다니까.]
[내가 다은이 데리고 갈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전화를 끊은 주원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정해진 약속이라면 억지로라도 해야 하는 다은의 성정을 잘 알고 있어서였다.


***


주원은 서둘러 옷을 챙겨입고는, 다은의 약국으로 향했다. 아무리 오픈을 해야 한다지만 아침은 같이 먹고 갈 수 있는 거 아닌가. 아니 깨우고 인사라도 하고 가던지. 그게 안 되면 최소 메시지라도. 차도 없으면서 헐레벌떡 택시를 타고 갔을 그녀를 생각하니 화가 치밀었다.

유리문을 열자 어느새 말끔하게 화장하고 머리까지 들어 올린 다은이 보였다. 약 정리를 하고 있던 다은이 문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어서 오세...”
“안녕하세요. 모다은 약사님.”
“설주원. 모자 눌러쓴다고 몰라볼 줄 알았어?”


검은 모자를 코까지 눌러썼지만, 그의 잘난 얼굴의 윤곽을 가릴 수는 없었다.


“모다은, 너 사람을 그렇게 버리고 혼자 가버리는 법이 어딨냐?”
“왜? 일이 있으니까 먼저 나왔지. 잘 자고 있길래.”


당당한 말투와는 달리, 시선은 바닥으로 떨군 채였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다은은 모든 걸 다 되돌리고 싶었다. 앞으로 주원의 얼굴을 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이대로 12년 우정을 갈무리하게 되는 건가. 늘 뻔뻔한 주원은 안 그러겠지만, 자신은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주원을 대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다고 주원을 이대로 끊어낼 자신도 없었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주원의 사무실이 같은 건물 안에 있으니, 모른 척하고 싶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약국의 특성상 누구나 문을 열면 들어올 수 있으니, 애초에 주원의 시야에서 벗어날 길은 없어 보였다.


“그 말 하려고 아침부터 약국 쳐들어온 거야?”
“쳐들어오다니. 볼일 다 봤다 그건가. 태도가 싹 바뀌네.”
“볼일? 그 볼일은 네가 먼저 보자고 한 거잖아.”
“그래, 아무튼 알았고. 이거나 먹어라.”


유령이라도 본 듯한 다은의 얼굴에, 코웃음이 나왔다. 무심하게 내민 하얀 봉지에는 다은이 좋아하는 삼각김밥 몇 개와 바나나 우유가 들어있었다. 다은은 반가운 듯 덥석 봉지를 잡았다.


“안 사와도 되는데, 아무튼 고마워.”


바싹 다가온 그가 다은의 아랫입술에 시선을 떨군 채 만지작거렸다. ‘미쳤나 봐. 왜 이래’ 라고 말하며 다은이 살짝 뒷걸음질을 쳤다.


“하도 물고 빨았더니 아랫입술이 퉁퉁 부었네. 이런 데 바르는 연고 없나.”
“소, 손 치워라. 설주원.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난 두통약 하나만 줘. 누구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썼더니 지금 머리가 지끈거려 미치겠네.”


주원은 관자놀이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미간을 좁혀 들었다.


“왜? 누구 때문에 그러는데?”

다은의 뻔뻔한 물음에 헛웃음이 났다. 저 가증스러운 표정은 정말 몰라서 묻는 것으로 보였다. 주원이 대답이 없자 그녀는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손닿는 거리에서 금세 약을 꺼냈다.


“이거 먹으면 돼. 두통 있을 때 두 알씩.”
“.....”
“...안가? 계속 거기 서 있을 거야?”
“오늘 모임 내 차로 같이 가는 거로 알아.”
“오늘 모임이 뭐더라?”
“동창 모임. 예약 잡아놨다고 마지막 인원 체크하던데.”
“글쎄...나 오늘은 못 갈 것 같은데. 소진이랑 약속이 있거든.”
“설마 또 클럽 같은데, 갈 생각은 아니겠지?”
“언제부터 내가 너한테 동선까지 확인받았다고 그래?”
“클럽 같은데는 또 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출근이나 해. 너 대표라고 너무 경각심 없는 거 아니야? 네 밑에 딸린 식솔이 몇인데.”


관자놀이를 씰룩거리며, 싸늘한 시선을 던졌다. 큰 잘못이라도 한 사람처럼 괜스레 주눅이 들었다. ‘왜, 왜’ 되물으며 주원을 노려보았지만, 이내 시선을 다른 곳으로 떨어트렸다. 짧은 한숨을 내쉰 주원이 깊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클럽 갈 거냐고.”
“아, 아니... 내가 아무리 놀기로 작정했다고 쳐도, 클럽을 뭐 맨날 가겠어?”
“그렇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러진 않겠지. 아무튼 맛집투어는 나중에 하고 오늘 6시에 약국으로 픽업 올게.”
“나 약속 취소 못 해. 내가 먼저 가자고 조른 건데 어떻게 미뤄.”
“이번 모임은 두 달 전부터 정해둔 거였지 아마? 번복하고 불참 시 벌금이 20만 원이었나. 30만 원이었나. 기부 좋아하면 불참하던가.”


다은이 입술을 오물거리다 앞으로 내밀었다. 어느새 약국을 빠져나가 걸어가는 주원의 등에 원망스러운 시선을 가득 꽂은 채였다.














5화. 머리를 포맷할수도 없고
 
 
“어서 오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어? 요즘 자주 오시네요?”
“그, 그러게요. 자꾸 오, 올 일이 생기네요...진통제 주, 주세요.”
 
 
다은이 모자를 푹 눌러쓴 체구가 작은 남자 손님을 보며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를 부드럽게 말며 웃는 모습에 주원이 고개를 저었다. 또, 또 저렇게 웃는다. 무표정으로 있어야 남들이 우습게 보지 않는다고 나중에 설교라도 해줄 참이다. 왜 이놈의 약국에 오는 손님은 죄다 남자인 것인지. 그것도 설명해줄 생각이다.
 
다은은 우두커니 서 있는 주원을 흘깃거리더니 턱짓을 하며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런데도 주원이 나가지 않고 서 있자,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주원이 손가락 6개를 펴 보이자 그제야 체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은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을 확인한 주원은 같은 건물 5층 쪽으로 올라갔다.
 
다은의 약국과 주원의 회사는 같은 빌딩 안에 있었다. 다은이 개업을 위해 약국 자리를 알아보고 다닐 때 이 장소를 추천한 사람이 주원이었다. 주변에 병원도 많이 없고 빌딩 안쪽에 위치해 눈에 띄지 않을 것 같다는 다은을 몇 번이나 끈질기게 설득했다. 주원의 꾐에 넘어간 다은은 결국 1층에 개원했다.
 
 
***
 
 
주원은 한국대학교 컴퓨터공학을 졸업하고, 백엔드 개발자로 경력을 쌓았다. H 호텔의 대표인 부모님은 주원이 경영학과에 입학하길 원하셨지만, 주원은 끝까지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2년간의 개발자 생활을 끝내고 주원은 자신만의 브랜드로 창업했다.
 
대한민국 국민 4명중 1명은 쓴다는 송금 앱 핑키 (Pinky)도 주원의 머리에서 시작되었다. 인터넷 은행이라 불리우는 핑키는 에이원의 주요 수익 모델이었다.

대부분의 IT 스타트업 회사들이 죽음의 계곡이라 불리는 암흑의 시기를 버텨야 살아남는다고 하는데, 주원의 회사인 에이원의 경우 그 기간이 매우 짧았다. 아예 없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현재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현직 사원들의 다니기 가장 좋은 회사’ 탑3 안에 늘 랭킹되어 있을 정도로 직원 만족도가 높은 편이고 업계의 평판도 좋은 편이었다.
 
주원이 5층 사무실의 유리문을 열고 나타나자 어린 여직원들의 눈빛이 사뭇 생생하게 빛났다. 마치 주원이 이쯤 되면 오지 않을까 하고 기다렸던 것처럼 몇몇은 준비된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직원들이 가볍게 목을 숙이며 ‘대표님 좋은 아침입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주원도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직원들에게 화답하듯 눈꼬리에 선한 호를 그리며 인사했다.
 
‘커피 안 드세요?’라고 묻는 한 직원에게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말하곤 고개를 살짝 숙이며 지나쳤다. 사내 커피숍을 지나자 기역자 모양의 소파가 보였다. 그 위에는 무르팍에 노트북을 두고 타닥타닥 키보드 소리를 내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개발자 몇 명이 보였다. 주원이 가까이 있는지 눈치도 못 챌 정도로 집중한 상태였다.
 
 
“굿모닝입니다. 김 프로님.”
“아! 대표님, 안녕하세요.”
 
 
주원의 회사는 사원을 호칭할 때 직급을 붙여 호칭하는 여느 회사와는 달랐다. 수습 기간이 끝난 사원은 모두 ‘프로’하고 불렸다. ‘프로’라고 불리지 않는 회사의 유일한 사람은 대표인 주원뿐이었다.
 
 
“지금 바로 스탠드업 미팅 할까요?”
 
 
주원이 묻자, 소파 위의 개발자들이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내려놓고 화이트 보드 쪽으로 향했다. 형형색색으로 붙어 있는 메모지를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현재 업무 성과에 대한 사항을 공유했다. 주원이 미간과 눈에 살짝 힘을 주며, 턱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주원이 무언가에 집중할 때 자기도 모르는 새 나오는 습관 중 하나였다.
 
 
주원은 미팅이 끝난 후 사무실을 한 바퀴 천천히 돌면서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는 역할을 꼼꼼히 확인했다.

그러곤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와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가 부팅되는 동안 인체공학적으로 설계한 의자에 뒷통수를 파묻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어젯밤 몸을 뭉갰던 야한 얼굴의 다은이 다시금 떠올랐다. 한숨을 내쉬며 하룻밤의 정사의 기억을 없애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눈을 부릅 떴다가 다시 감아도 보고 고개를 흔들어도 보았다. 그래 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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