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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 |
재윤은 맞은 편에 앉은 백마리를 쳐다도 보지 않고 홀의 어디쯤을 시선에 두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여기 제법 핫한 곳이라 해서 골랐는데, 별로이신가?”
“뻔뻔하시네. 호텔 라운지라니. 속사정도 있으시던데.”
남자구실도 못한다는 소문에 떠밀려 온 게 고작 저런 수준이라니. 재윤은 제 무덤을 팠나 싶지만, 어차피 성사되지 않을 맞선이기에 예의 따윈 차릴 생각이 없었다.
“이런, 듣고 오셨구나.”
“한번은 참고 넘어가죠, 더는 선 넘지 말죠.”
“참으라 한 적 없는데.”
삐딱하게 소파에 기대어 거만하기 짝이 없는 재윤의 모습에 백마리가 기어이 폭발했다.
“야! 가진 건 얼굴밖에 없는 발기부전 주제에 결혼해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재윤은 이렇게 깽판을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만족한 웃음이 얼굴 가득 번지려던 그때, 누군가를 발견한 재윤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흔들렸다.
단 1초였지만 바로 알 수 있었다.
하.
재윤은 시선을 떨구고서 낮게 호흡을 내뱉었다.
왜 네가 거기 있어?
“얼굴 잘나고 가진 것 많다고 다 되는 세상이 아니야. 나도 돈 있고, 뭐 어디서 빠지는 얼굴은 아니니까. 그런데 난 그거 못하면 못 살아. 미안하지만 이 맞선은…….”
“미안한데…….”
“뭐? 뭐가 미안해?”
마리는 뜬금없는 사과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재윤이 몸을 일으키더니 누군가의 팔을 덥석, 잡아챘다.
재윤은 화등잔만 해진 직원을 눈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반응오네.”
재윤은 붙잡은 다경의 손을 바짝 끌어당겼다.
“오랜만이야, 누. 나.”
다경은 입술 안쪽을 깨물었다.
“…… 강재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