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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 |
“조각상이 움직이네?”
첫 만남부터 이상했다.
“뭐야, 조각상이 아니잖아?”
자신을 조각상으로 착각하던 엉뚱한 여자. 반짝이는 눈동자가 유난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미소 짓게 하는 유쾌함에 매료된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이런 전개를 바란 건 아니지!
“어떻게 된 겁니까? 왜 당신이…….”
“……기억, 안 나요?”
“납니다……, 어렴풋이.”
늘 완벽함만을 추구하던 이준의 입에서 다소 애매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제 인생에 이런 실수는 없을 거라고 자신했었는데. 그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던가.
차가운 물줄기가 쭉 뻗은 장신 위로 쉼 없이 흘러내렸다. 이준은 제 몸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를 맞으며 과열된 머리를 식히려 노력했다. 그러나 울컥 치미는 짜증에 얼굴을 뭉개버렸다.
동정을…… 잃었는데, 제대로 기억이 안 난다! 빌어먹을.
“우리 다시는 보지 맙시다.”
하룻밤 불장난은 결국 서로의 감정만 상한 채로 끝이 났다. 아니, 분명 그런 줄로만 알았다.
“내가 불편하지 않다고 하면, 계약 진행 할겁니까?”
이준에게 꼭 필요한 계약에 도경이 대표로 나오기 전까지는.
“제안은 감사하지만, 역시 이번 계약은 힘들 것 같아요.”
이준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경의 마음을 돌려 이번 계약을 맺어야 했다. 반드시.
설령 집착남으로 몰리는 치욕을 감수할지라도.
계약을 피하려 도망 다니기 바쁜 여자와 무조건 계약을 따내야 하는 남자의 밀당 로맨스.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