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작품소개 · |
애매한 것은 딱 질색인 성정이라.
류하는 망설임 없이 여자가 있는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불겠는데?”
류하는 젓가락에 걸려 있는 라면을 턱짓으로 가리켰다. 편히 먹으라고 손짓까지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치 자비를 베풀 듯 기다려 주겠노라 여유롭게 팔짱을 끼는 작태라니!
“잠시만요.”
그 말과 함께 한시도 제게서 시선을 떼지 않는 류하를 두고 설아는 벌떡 일어섰다.
설아는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마구잡이로 집어 모조리 계산대에 올렸다.
설아는 입술을 한 번 삐뚤게 치켜올렸다 내리며 씩- 사악한 미소를 올렸다.
그러곤 달콤한 목소리를 가장해 입을 열었다.
“자기야! 계산하고 와!”
그 말을 끝으로 딸랑- 소리와 함께 편의점에서 사라졌다.
“자기?”
류하는 기가 찬 숨을 터트리며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렸다.
당했네?
그것도 모자라,
“손님. 계산하시고 가셔야죠.”
어딜가냐고, 류하를 붙잡은 점원이 계산대를 가리켰다.
“비닐 드릴까요? 그냥 가져가시기는 좀 그럴 거 같은데요?”
점원의 눈짓을 따라 무심코 눈길을 돌린 류하에게선,
“와. ”
작은 감탄이 쏟아졌다.
난자하게 펼쳐진 물건들 옆으로 작은 콘돔 박스들이 수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쿡쿡, 소리 내서 웃던 류하는 애써 웃음을 멈추기라도 하려는 듯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다.
“재밌네. 너”
이젠 기대가 될 지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