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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 |
아무 감정 없는 눈동자, 마치 인형이 앉아있는 것처럼 그녀는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하는 꼭두각시에 불과했다.
“이 결혼, 우리 집안이 당신 집안을 이용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난, 아버지의 욕심에 이용당해 줄 생각이 없고.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까?”
태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서희를 앞에 두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콩고물을 기대하고 있었다면 꿈 깨시라고.”
초면에 맞선 상대가 다짜고짜 으르렁대면 당황할 법도 한데 서희는 침착하기만 했다. 담담한 얼굴로 차를 한 모금 머금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알아요. 그쪽이랑 나, 이용당하고 있다는 거.”
건조하고 무기력한 목소리에 오히려 태오가 의아한 얼굴을 했다.
“그런데요. 유태오 씨. 그렇게 어깃장을 놓으면 뭐가 바뀌나요?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달라질 수 있는 건 없어요.”
“……뭐?”
“아버지가 예약한 이 호텔 스위트룸이에요. 당신은 오늘 나와 하룻밤을 보내야 해요.”
미련 없이 자리를 떠나려는데, 서희의 손이 새삼스럽게 태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내가 이걸 받아들면 당신은 분명히 후회하게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거거든. 감당할 수 있겠어?”
“얼마든지요.”
서희는 겁에 질려있으면서도 스스로 옷을 벗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