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 작품소개 · |
은밀한 찰나, 빠져들었다.
예쁘게만 생긴 인형이라고 생각한 해원의 얼굴에 두려움이 깃든 순간.
강우는 묘한 끌림에 그녀를 눈에 담았다. 헤어나올 수 없이 빠지게 될 줄도 모르고.
***
“장학생.”
나직한 부름에 해원이 뒤돌아 강우를 보았다.
“이젠 장학생 아니에요.”
반항적인 목소리가 달콤하게만 들렸다. 빠져도 단단히 빠졌지.
“그럼 뭐라고 부를까, 변호사님?”
“아뇨. 전무님 회사에 입사했어요. 직원이니 편하게 부르세요.”
편하게 부르라면서도 표정엔 불편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마저도 예뻐 보이니, 속도 없지.
“호칭이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건…….”
말꼬리를 느른하게 늘이며 거리를 좁히자, 해원이 숨을 들이켰다. 그 숨마저 삼키고 싶었다.
“네가 내 아래로 들어왔다는 거지.”
한 번 제 영역에 발을 들인 건, 놓쳐본 적 없다. 이해원, 너라고 예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