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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소개 · |
친구의 여동생이던 진유라는 귀찮기만 한 연애 따위 필요 없는 아주 적당한 결혼 상대라 판단했다.
“이제 호칭을 뭐라고 부를까? 자기가 좋아?”
“그건 더 쓰지 마!”
예기치 못한 작은 소란을 계기로 계약 결혼을 감행하게 된 백이현과 진유라.
“자기가 좋겠네.”
“백이현. 이름 불러, 이름. 하던 대로 하자. 제발.”
“유라야.”
유라는 순간 자신의 이름이 이렇게 달콤했었나 싶어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이현의 목소리가 문제일까, 아니면 자기 귀가 문제일까. 늘 듣던 이름이 왜 지금은 생소하게 들리는지 알 수 없었다.
“이렇게?”
눈웃음 짓는 이현의 얼굴을 유라는 바라보기가 힘들었다.
“그, 그래.”
이현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감쳐무는데 얼굴 위로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단숨에 거리를 좁힌 이현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눈높이를 맞추듯 살짝 기울어진 고개가 끈적한 시선을 던졌다.
“왜, 왜 이래?”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던 유라는 책장에 가로막혀 더는 물러서지 못하고 멈췄다. 유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이현이 나지막이 속삭였다.
“나는 ‘자기야’가 좋은데.”
“백……!”
촉. 야릇하고 끈적한 마찰음과 함께 유라의 목소리가 맥없이 흩어져버렸다.
이현과의 키스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니, 이렇게 이현과 키스를 하는 날이 올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능숙하게 이끄는 움직임과 허리를 감은 이현의 손이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유라는 깊숙하게 파고드는 이현의 숨결에서 머릿속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서로 소원해지기 가장 적당한 시기, 2년. 이혼을 담보로 한 2년짜리 계약 결혼이 다소 급작스럽게 시작되었다.
과연 두 사람은 무사히 이혼이란 종착역에 도착할 수 있을까?